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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축소수술에 대한 단상
이룸성형외… 15-11-30 17:26


가슴축소수술에 대한 단상




 

 가슴축소수술은 일단 오래 걸린다. 수술 방법에 따라 시간도 다르긴 하지만 비교적 오래 걸리는 수술이다. 얼마전에 몇시간 째 가슴 축소수술을 하면서 어느날 문득 내가 조각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각가들의 마음이 지금 나랑 비슷하겠구나 그 사람들도 이런 마음으로 조각을 하려나? 나와 다른 건 뭐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환자는 얼마나 예쁜 모양으로 줄어들 지를 궁금해하고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상태로 수술대 위에 눕는다."


환자는 얼마나 예쁜 모양으로 줄어들 지를 궁금해하고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상태로 수술대 위에 눕는다. 나는 그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메스와 보비를 들고 환자의 가슴을 조심스럽게 조각해 나간다. 가슴 축소 수술은 계속 조직을 덜어내고 없애는 수술이다. 더하는 과정은 없다. 한번 덜어내면 그걸로 끝이다. 조직을 덜어낼 때마다 가슴의 볼륨은 줄어들고 모양이 달라진다. 그런데 내가 하는 조각의 대상은 예술을 하는 조각가들의 대상과는 매우 다르다.


나의 대상은 무려 사람이다! 일반적인 조각가들처럼 생명이 없는 움직이지 않는 단단한 물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조각이다. 나의 대상은 살아 숨쉬고 피가 돌고 있으며 움직이고 수술전에도 수술중에도 수술후에도 계속 변화가 일어나는 정말 조심스러운 생명체인 것이다. 조각가들처럼 조각을 하다가 힘들거나 잘 안되서 잠시 멈추었다가 시간되면 다시 해도 되는 조각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내에 가능한 빨리 끝내야하는 조각이다. 조각을 하다가 좀 과하게 쳐내든지 계획과 달리 잘못된 방향으로 조각이 되었다면 새로운 재료로 다시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나의 조각 대상은 한번에 제대로 되어야 한다. 조각을 해낸 곳은 피도 나고 나중엔 흉터 반응도 오고 위축현상이 오기도 한다.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살아있는 대상이다. 지금의 상황과 앞으로의 상황까지도 생각하면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계속 판단해야한다. 그야말로 수술 시간 내내 고도의 집중력과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 쉴 틈도 없다. 전쟁같이 치열한 작업이다.

게다가 내가 조각한 대상은 수술이 끝나면 스스로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느낌을 얘기한다. 조각이 다 끝난 지금 어떤 느낌인지 어디가 불편한지 조각 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 등등 내가 조각한 작품(?)이 스스로 평가를 내린다. 그래서 단순히 수술도 예술입니다.” 라고 하기에는 너무 서운하다. 수술이 예술이니 아니니를 말하기 전에 수술은 생각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책임도 막중한 행위다.




내가 조각을 한 대상은 나중에 수유를 해야할 수도 있고 조각(=수술)을 한 흔적도 거의 없어지길 바라며, 좌우의 모양도 거의 비슷해야 하고 아프지도 말아야 하며 감각을 느낄 수 있어야한다. 염증이나 모양의 변형도 없어야 하고 조각작품 위에 입고 싶어 준비해 둔 옷들도 잘 맞게 입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조각 작품을 바라보는 평론가들(주변 지인들)이 보기에도 흡족해야 한다. 우리들의 평론가는 조각 작품을 평가하는 미술 평론가들보다도 더 까다롭고 엄격하며 혹독하다. 나는 그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작품을 변화무쌍한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정해진 시간에 안전하게 단 한번에 만들어내야 한다.


지 금 2015년도의 첫눈이 내리고 우리 병원엔 오랜만에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다. 난 모처럼 내가 수술 중에 느꼈던 단상을 천천히 써나가고 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다. 이제 또 곧 바빠질 것이고 치열하게 조각을 하는 순간이 또 올 것이다. 내가 앞으로도 조각을 잘해나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그 조각 작품이 늘 안녕하고 누가 보아도 보기 좋기를 기도한다

2015년도의 첫 눈이 내리는 날 진료실에서...